2011-11-14 15:27:02.0

클릭무비/글래디에이터(GRADIATOR) (2006)

제목만 떠 올려도 콜로세움과 검투사 ‘러셀 크로우’의 칼 든 모습이 순식간에 눈에 와 박힌다.
2000년 6월 개봉영화니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임에도 다른 작품과는 달리 <글래디에이터>는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로마시대를 제일 잘 표현했대서가 아니라 정말 볼 만한 영화였기 때문. 지난 달 칼럼과 함께 러셀 크로우 시리즈가 될 것 같기도 하나 영화에 대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을 때 쓰고 싶어 <글래디에이터>를 이번 달의 작품으로 택했다.
주인공을 맡은 러셀 크로우의 제73회(2001)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작품상, 의상상, 음향상과 각본상, 촬영상까지 휩쓴 데다 상대역 ‘호아킨 피닉스’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델마와 루이스>, <에이리언>을 히트작으로 만들었던 ‘리들리 스코트’가 영예로운 감독상까지 휩쓸었으니 2000년은 가히 <글레디에이터>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렸다. 이에 더해 제5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2001)에서도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러셀 크로우), 남우조연상(호아킨 피닉스)과 감독상(리들리 스코트)을 독차지 했다. 정말로 멋지고 웅장하고 스펙터클하며 재밌는 검투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때는 서기 180년경, 절정기의 로마제국은 그 영토가 아프리카 사막에서 잉글랜드 북쪽까지 광대하게 걸쳐 있었고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로마황제의 지배하에 있었다. 철인(哲人)황제라고도 불린 ‘마르커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12년에 걸친 게르마니아 정벌이 마무리 되던 무렵, 마지막 하나 남은 적의 요새만 함락시키면 로마제국에는 평화가 오게 된다. 넓은 산야를 수많은 병사들의 피로 물들이며 아우렐리우스가 아들처럼 믿고 아끼는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는 다뉴브강변 전투에서 대승해 혁혁한 공훈을 세우자 죽을 날이 머잖은 황제는 막시무스를 총애하여 친아들을 두고도 막시무스 장군에게 왕위를 넘겨주려 한다. 또 한 가지, 제정 로마시대의 팍스 로마나를 이끌었던 5형제 중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의 친아들보다 더 막시무스를 총애하게 된 까닭은 자신이 제시한 황제로서의 4가지 덕목 ‘지혜, 정의, 불굴의 의지, 절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는 질투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급기야는 황제를 살해한다. 그러고는 막시무스를 불러 자기에게 협력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막시무스는 단칼에 거절한다. 통쾌하긴 했지만 그때부터 그에겐 고난의 행로가 시작된다. 왕좌를 차지한 코모두스는 아버지에 이어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무참하게 살해돼 가족을 모두 잃었으나 기지를 발휘해 혼자만이라도 겨우 살아남게 된 막시무스는 노예로 전락하고 투기장의 검투사로 매일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다른 노예 동료들에 의해 목숨을 건졌으나 검투장에서 죽어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 막시무스는 드디어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새로 즉위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 뿐. 검투사로서 매 경기마다 승리로 이끌면서 승승장구 살아남게 되자 그의 명성과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날로 높아만 간다. 로마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아들을 죽인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기회만을 손꼽던 어느 날 오래전 사랑했던 황제의 누이 ‘루실라’(코니 닐슨 분)를 만나게 된다. 어느 새 민중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 코모두스는 아직도 막시무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지만 민중이 두려워 당장 그를 죽이지는 못한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들과 은밀히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존경하던 황제를 살해한 난폭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한다. 심지어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고 있는 루실라는 동생 코모두스를 배신하고 막시무스의 반란을 도우려 했으나 실패한다.
이로 인해 황제와 군중들은 죽은 줄 알았던 막시무스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됐다.
막시무스가 반란을 시도하다 실패했기 때문에 코모두스는 그를 바로 처형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로마 시민들의 인기를 자신이 차지하고자 결투를 자청했다.
하지만 코모두스는 군중들 몰래 칼로 찔러 깊은 상처를 내는 비열한 수를 쓴 후 막시무스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평소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로마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승리는 당연히 자신의 것이 돼야만 했고, 승리를 하게 되면 군중들의 인기도 자연히 자신에게 쏠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생결단의 피 튀기는 검투경기에서 코모두스 황제는 생사의 기로를 오가는 힘든 시합 끝에 막시무스의 칼에 찔려 처참하게 죽어 삶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리하여 그가 그리도 공들여 세운 거대한 콜로세움에서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시체가 돼 여타 노예들처럼 버려진다. 필자에게 삶의 무상을 보여준 그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악의 말로가 겪게 되는 비참한 최후의 순간을 폐부 깊은 곳에 안겨 주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한편 황제와의 일대일 맞대결에 앞서 “내 이름은 막시무스다!”라며 가면을 벗고 정정 당당히 맞서던 그도 일품이었다. 특히, 막시무스도 결국 코모두스와 같은 모습의 죽음을 맞이하지만 쓸쓸한 코모두스의 마지막과는 달리 꽃가루가 날리는 침묵 속에서 군중들의 숙연한 애도를 받으며 최후를 맞이하는 막시무스는 더욱 위풍당당해 보였다. 또 막시무스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문을 열고 평온한 미소를 머금으며 달려가는 엔딩장면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으리라. 필자는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섭렵한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는 유일하게 필자가 우연히 명동의 유네스코회관을 지나다 본 영화였다. 사전 정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래디에이터>는 최고의 걸작이었고 이를 놓치지 않은 건 영화 마니아 입장에선 큰 행운이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콜로세움 경기장을 무대로 하는 검투경기를 실제 역사적 사실보다 더 부각시켜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비슷한 부류의 영화중에서도 단연 스펙터클의 진수를 보여준 명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과거 로마인들은 유혈이 낭자하게 상대를 죽여야만 끝장이 나는 참혹한 검투경기를 통해 ‘세계의 지배자’로서 힘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한편 코모두스 황제는 끊임없는 열등감과 불안을 잊고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검투경기로 돌리기 위함에서 검투경기를 즐겼으리라. 그 어떤 영화보다 감동적이었고 러셀 크로우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대결 장면은 황제와 노예란 신분을 넘어서 사나이들의 자존심에 기꺼이 목숨을 거는 비장한 각오가 비춰져 더욱 인상적이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대표되는 서구문화의 또 다른 한 축인 그리스 문화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랙산더>와 호머 이야기로 <일리아드>를 원전으로 하는 <트로이>와 함께 역사공부 자료로도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다.
관람을 놓친 분들은 케이블 tv 재방을 통해서라도 꼭 접하는 기회를 갖도록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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