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6 16:35:00.0

기획/대형화주 해운·물류시장 진출 ‘시끌’

2자 물류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고속 성장
해운·물류업계 “물류자회사 득세로 3자 물류시장 흔들”

●●●화주기업이 해운업과 물류업에 진출하면서 해운·물류업계의 중소형 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과 기업회생 사모펀드를 통해 중소형 해운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에 투자했다. 사모펀드는 대우로지스틱스의 지분을 70% 인수했고, 이 중 대우인터내셔널이 20%를 매입했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지난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이후 다시 인수를 꾀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포스코와 같은 대형 화주가 자체적으로 해운회사를 운영할 경우 기존 해운업체들은 물량이 급감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선주협회는 포스코의 해운업진출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선주협회는 연간 1200만t이나 되는 포스코의 물량을 국내 30여개 중소 선사가 운송하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해운산업에 진출하면 이들 업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해운법은 국내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탄 등의 대량화주는 해당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상화물 운송사업 등록을 신청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시장 진입 후에도 전문성 부족으로 실패하기가 쉽다. 포스코의 해운진출 뿐만 아니라도 과거 몇몇 화주가 자가화물 운송선사를 세웠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한국정유의 성운물산, 포항제철의 거양해운, 삼익그룹의 삼익상선 등이 대표적이다.

화주기업의 해운업진출 뿐만 아니라 물류업진출도 물류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포스코가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을 인수하려다 무산된 이후 순수 3자 물류업체의 시장 입지가 크게 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욱 높아졌다.

해운시장에는 화주기업의 시장진입이 법으로 제한되고 진입 후 성공하기 어렵지만 물류업계에는 시장진입제한법도 없어 현재 물류시장은 화주기업을 등에 업은 2자 물류업체의 진출로 전문물류업체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관계자는 “2자 물류업체들의 국제물류업 진출은 이미 오래됐고 시장은 이미 양분화 됐다”며 “대기업 화주의 물량을 등에 업고 영업을 하는데 경쟁이 되지 않는 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국제물류주선업체들은 대기업의 국제물류주선업 시장 진입을 막아달라고 한국국제물류협회에 호소했다.

협회는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참석해 국제물류주선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해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내년이나 검토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국제물류주선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신청조건이 안됐지만 혹시나 신청이라도 해봤는데, 서류기각됐다”며 “제조업체가 우선이지 물류업은 순위가 밀린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지난달 16일 한국선주협회는 국내 물류산업은 2자 물류업체의 비중이 높아 3자 물류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차그룹을 대주주로 하는 글로비스, 삼성전자가 대주주인 삼성전자로지텍, LG 방계 일가가 대주주인 범한판토스, 한화 방계 일가가 대주주인 한익스프레스 등 대기업 밑에 있는 2자 물류업체들이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모기업의 풍부한 물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급성장 하고 있다. A 물류업체 사장은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모회사의 물량을 바탕으로 선사로부터 저렴한 운임을 받아 기존 물류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며 “3자 물류업체들이 대형화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쇠락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2자 물류업체인 글로비스와 삼성전자로지텍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매출성장률 300~1000%의 고속 성장을 보이는 동안 3자 물류업체인 대한통운과 (주)한진의 성장률은 200%에 그쳤다. 2자 물류업체들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지원성 거래)로 대규모 매출성장을 일궜다.

글로비스의 현대차그룹 물량의존도는 85%로 지난해 5조 834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수송뿐만 아니라 현대차계열사의 물량을 수송하며 그동안 3자 물류업체들이 수송하던 시장을 잠식해갔다.

물류자회사 시장확대에 전문물류기업 한숨

예전 현대제철의 물량 수송을 맡았던 물류업계 한 임원은 “현대제철물량을 직접 수송하다가 어느 날 글로비스에서 현대제철과의 수송중간에 자기네 회사를 두라고 했다”며 “현대제철 물량을 싣기 위해 중간에 글로비스를 끼고 화물취급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글로비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류관리측면에서 들어가게 됐지만, 점진적으로 직접 운송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갔다”며 “단순히 중간에서 마진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물류수송에 대한 시스템 개발과 시설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성장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비스는 올해부터 현대 자동차 뿐만 아니라 타사의 자동차 해상수송도 체결했으며 석유화학, 건설 의료기기 운송사업도 시작해 3자 물류도 확대하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량 수송비중이 80%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1조457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물량 의존도가 95%인 삼성전자로지텍은 1조4667억원을, 롯데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80.4%나 되는 롯데로지스틱스는 8704억원의 매출액을 각각 기록했다. CJ GLS는 CJ그룹에 전체물량 31.7%를 의존하고 있으며 한익스프레스는 한화그룹에 43.1%를 의존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모기업 물량을 바탕으로 3자 물류업도 확대하고 있다. 중소 물류업체입장에서는 어차피 모기업 물량이야 2자 물류업체들이 실었다고 하지만 타 기업 운송물량까지 손을 뻗는다면 뾰족한 수 없이 자리를 내줘야한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물류자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포워더들이 오히려 대기업물류자회사의 핸들링차지만 받고 있다”며 “글로비스로 인해 시장을 잃은 물류업체가 많다”고 토로했다.

글로비스 측은 “몇몇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무조건 중간에서 물량을 빼앗아가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난뒤 재계약을 하지 못한 업체들이나 전문적인 물류를 하는 업체가 아닌 곳이 무턱대고 대기업 물류업체를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상생 나몰라라’

지난 6월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경제개혁리포트에 따르면 회사기회유용 및 지원성거래를 통해 부를 증식한 85개 업체의 특수관계자의 부의 증가액은 9조9588억원으로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은 755%에 달한다. 이 중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글로비스의 상장차익으로 가장 많은 부의 증가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기회유용이 의심되는 물류업체로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비스, 대림의 대림코퍼레이션이 거론됐으며 지원성거래가 의심되는 업체로는 STX그룹의 포스아이, GS그룹의 승산과 STS로지스틱스, 두산그룹의 세계물류, CJ그룹의 CJ GLS가 거론됐다.

회사별로는 85개 기업 중 글로비스를 통한 현대자동차 특수관계자들의 부의 증가액은 3조3065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대림 계열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한 특수관계자들의 부의 증가액은 6452억원, GS 계열사인 승산은 2789억원을 기록했다. STX 계열의 포스아이를 통한 부의 증가액은 1342억원, CJ계열의 CJ GLS는 290억원의 부의 증가액을 보였다.

한 물류업체 사장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라고 하지만 우리는 규모가 작아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외국의 선진물류시장을 보면 화주를 모기업으로 둔 2자 물류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데 오히려 국내시장은 득세해 물류가 퇴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계 물류업체 10위권에 드는 DHL, 퀴네앤드나겔, 판알피나 등의 물류업체들은 모두 3자 물류업체다. 물류업체가 대형화로 가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전문적인 3자 물류업체를 정부에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감 몰아주기로 특수관계자들의 부의 증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물류 상생을 저해하는 요소기도하다.

대기업의 중소물류업체 공개입찰에서 상생은 찾을 수 없는 현실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얼마 되지도 않는 밥그릇에 숟가락을 얹은 상황이니 상생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업체도 있다.

정부의 공생발전 대책에 반하는 2자 물류업체에 대한 모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업계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불거지자 규제안이 나왔다. 9월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변칙적인 상속·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영업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내년 1월1일부터 과세한다고 밝혔다.

과세대상은 지배주주와 특수 관계자가 30%이상 출자해 지배하거나 그룹 총수의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의 친족 지분이 3% 이상, 그룹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이다.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2자 물류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물류업체들은 영업이익증가분에 대해 법인세를 내고 있는 상태에서 과세를 한 번 더 맞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세금 부담 없는 상속과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해 지배주주가 일가가 취한 이익은 상당한 규모에 달한다며 이런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3자 물류와 해운 육성체제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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