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3 14:44:00.0

기획/“택배업 이어 컨육송 제도화 시급하다”

업계 “등록기준 신설로 시장난립 다단계운송등 개선”
컨운송시장 물동량 증가에도 바닥운임으로 채산악화

●●● 컨테이너 물동량의 회복세가 거세다.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의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예년과 비교해서도 뒤처지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컨테이너 육상운송업계는 여전히 한숨이다. 운송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물동량 회복의 단맛을 보지 못하고 있음이다.

물동량 20% 성장 곡선…운송업계 “피부체감 아직”

지난달 전국 항만이 처리한 컨테이너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63만6천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의 134만6천개에 견줘 21.5% 늘어났으며 전달 물동량 160만6천TEU보다도 1.8% 늘어났다. 사상 최대 월간 물동량이었던 지난 2008년 3월의 165만3천TEU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호성적이다. 물론 4월 물동량으로는 최대치다. 실물경제가 살아나면서 수출입화물(103만9천TEU), 환적화물(57만1천TEU)이 1년 전에 비해 22.7%, 18.4%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산항은 같은 달 120만5천TEU로 2008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물동량이 120만TEU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수출입화물(66만5천TEU)과 환적화물(53만7천TEU) 모두 지난 3월에 이어 금융위기 이후 월 최고치를 갱신했다.

올해 들어 항만 물동량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컨테이너 육상수송시장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항만물동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운송시장의 외형확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장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제물류주선업체나 알선회사들의 시장 참여로 물동량 증가세는 체감되지 않고 있고 운임은 여전히 바닥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들어 유가 상승으로 비용압력도 만만찮다. 지난 2008년 화물연대 파업 때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운송기업 D사 관계자는 “물동량이 15~20% 가량 늘어났다고 하는데 피부로 느껴지진 않고 있다. 시장에 자가운송이나 주선사에 의한 운송이 많기 때문”이라며 “인프라와 시설을 갖춘 운송사들은 은행대출이자도 갚기 힘들 만큼 최악의 경영여건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운임은 금융위기로 지난해 크게 하락한 이후 별반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운임은 신고운임의 75~8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부산간 왕복 신고운임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00만원선인 점에 미뤄 현재 시장 가격은 70만~80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곳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반면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맘때 배럴당 50달러대 중반을 오르내리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최근 8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1년 전 ℓ당 1300원대에 머물던 국내 자동차용 등유가격도 이달 들어 1500원선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유가 상승에 연동한 운임은 화주들의 반발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운송사들의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관계자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운송료는 많이 떨어졌지만 유가는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크게 오르고 있어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화주가 유가상승에 맞춰 운임을 올려줘야 하지만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운송업 제도화 효과 ‘一擧多得’

이런 가운데 컨테이너육상운송업 신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정부측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택배산업에 대한 제도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간 물류서비스를 근간으로 하는 컨테이너육송산업도 일반 화물운송산업과 별도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컨테이너운송업 법제화에 대한 의견은 사업자단체인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차량과 시설을 갖춘 컨테이너 육상운송사업자에게 허가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마련해 현재의 시장난립을 막자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자가운송과 영세 주선업자까지 시장에 들어와 운송에 참여하는 구조로는 운임하락과 다단계 운송 등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다. 특히 최근 수출입안전관리우수공인업체(AEO) 인증 등 물류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컨테이너운송시장 제도화로 국가물류산업에 대한 대외적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운송업계 한 관계자는 “알선사들이 무분별하게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물류보안시스템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겠느냐”며 “등록제를 도입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운송사를 통한 국제물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CTCA측은 컨테이너운송산업이 제도화될 경우 온라인 정보망사업을 통한 시장개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직접운송 의무화 제도도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정부로부터 2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SK내트럭 케이엘 등과 화물운송가맹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두 회사에 2억여원을 선지급금으로 지원한 바 있다. 그로부터 7개월 가량이 지난 현재 가맹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유치한 가맹점은 SK내트럭 300여곳, 케이엘 100여곳뿐이다. 당초 목표치인 3천곳, 500곳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화물운송가맹사업 정보화지원사업이 종료되는 올해 10월 말까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이들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다시 내놔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이 가맹사업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많은 운송사들이 현재의 오프라인 위주 시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알선사나 주선사들은 화물취급실적과 운임정보 등을 공개해야 하는 온라인 정보망의 경우 회사 영업정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이용을 꺼리고 있다. 정보망 가입을 의무화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먼저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가맹사업 활성화를 더디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CTCA측은 컨테이너운송업에 대한 울타리를 쳐 시장을 정리할 경우 제도권 내에서 가맹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CTCA는 온라인 가맹사업에 금융기관을 참여시켜 카드결제를 가능케 한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CTCA측 한 관계자는 “온라인 가맹점은 현재와 같은 시스템상에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알선사나 주선사들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데 어느 운송사가 여기에 뛰어들겠느냐”며 “일단 시장을 제도적으로 정리한다면 운송사들이 나서서 가맹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측도 운송업계의 이같은 구상에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운송시장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되는 다단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직거래 방식 거래여서 하불액(운송사가 화물차주에 지급하는 운송 대가)이 높아지는데다 운송료를 떼일 염려도 없어진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호의적이지 않다. 정부 정책의 흐름이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컨테이너운송업 신설은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이어서 시장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두는 것이 시장을 안정화하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규제완화가 시장의 대세다. 진입규제로 이득을 보는 대형운송사는 도입을 바라겠지만 주선업자들로부터 화물을 받는 쪽에선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다만 택배산업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컨테이너운송업 신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해 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CTCA측은 컨테이너운송업계가 머리를 맞대 도입 기준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한다면 중소기업들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표준운임제 도입 어디로 가나

지난 2008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추진되고 있는 표준운임제 도입은 당사자들간 이해관계에 얽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한국교통연구원(KOTI)에서 마련한 표준운임을 근거로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KOTI에 표준운임 재산정에 대한 연구용역을 다시 발주했다. 지난달 1일 가졌던 실무추진단 회의에서 기존 산정된 표준운임 수준이 현재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표준운임 실무추진단엔 정부측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화주측 무역협회, 운송사측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화물차주측의 화물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KOTI가 올해 초 내놓은 표준운임은 지난 2007년 시장운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2008년 6월 정부에서 인정한 신고운임보다 14.3%가 낮다. 서울 중구-부산항간 왕복운임의 경우 신고운임은 101만4천원이지만 KOTI가 마련했던 표준운임은 88만7천원에 불과하다. 운송업체들은 가뜩이나 시장운임이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표준운임마저 지나치게 낮을 경우 채산확보가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준운임 재산정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는 다음달 말께 나온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는데로 시범사업을 실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측 관계자는 “화주와 운송사 화물차주 등 각각 40여곳을 선발해 1년간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라며 “그 이후에 운임을 다시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원활이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화물연대를 제외하고 이해 당사자인 화주와 운송사들이 표준운임제 도입에 회의적인 까닭이다. 운송사들은 국가가 공인한 신고운임이 존재함에도 별도의 표준운임을 따로 정하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신고운임은 전 세계 선박회사들도 인정하는 정부 공인 운임”이라며 “표준운임을 별도로 만드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정부의 정책추진을 혹평했다. 같은 관계자는 “신고운임이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표준운임을 도입한다는데 표준운임은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며 “소비자가 싸게 샀다고 처벌하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운임은 현행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라며 “강제성 여부는 강제모형과 간접강제 모형 등의 방법으로 검토할 수 있고 각각의 모형에 따라 화주 처벌 방식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접강제 모형은 화주에게 운임준수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신고운임제도와 비슷하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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