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M&A 물류업계 판도 변화 주목
●●● 올해 대한통운의 새주인 찾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에 따른 물류업계 판도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거기다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외에 새로운 인증제도가 도입되면서 이에 대한 성공적인 정착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는 ‘우수 화물운수업체 인증제’(화물운수 인증제)란 새로운 제도를 물류업계에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화물 운수기업들의 서비스 수준과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는 인증기관으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을 선정하고 지난달 14일 인증제 응모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 물류업계의 관심을 환기했다. 정부는 이 제도를 “기업의 운송서비스 품질을 고객에게 보증하는 국내 최초의 정부 인증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서 화물운송서비스를 하고 있는 ▲일반화물자동차운송사업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 ▲화물자동차운송가맹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주요 인증 대상이다.
이 제도는 종물업 인증제와 다르게 등급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7개 평가항목에 총 1천점 만점으로 구성되며 700점 이상 기업에 인증이 주어진다. 이중 900점 이상 기업은 AAA(트리플A), 800점대는 AA(더블A), 700점대는 A(싱글A)로 등급이 나뉘어 각 등급별로 서로 다른 인증마크를 받게 된다. 종물업 제도가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로 인증을 결정짓는다면 이 제도는 인증기업별 서비스 등급을 매기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화물운수 인증은 ‘등급제’…6월말 인증기업 출현
심사기준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강하다. 서비스 계획(200점), 서비스 실행(500점), 서비스 성과(300점) 등을 대분류로 각각의 세부기준으로 나뉜다. 인증신청 서류로는 각각의 평가항목을 기록한 공적서(功績書)와 함께 서비스 이행 표준 매뉴얼, 실시간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보고서, 재무제표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인증평가를 맡고 있는 KMAC는 서류심사 20%, 현장심사 80%의 비율로 기업을 평가해 최종 인증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달 10일까지 응모신청서 및 관련 서류를 받아 다음날부터 곧바로 서류심사에 들어갈 계획. 이럴 경우 서류 심사 및 현장심사, 종합심사에 각각 10일, 인증운영위원회 심의에 15일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여 6월20일께 첫 인증업체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예상과 달리 중소 운송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일까지 받은 응모예정서 접수 결과 70개 기업이 관심을 보여왔다고 KMAC는 밝혔다. 이중 30~50개 기업이 인증 신청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물업이 규모를 강조한 제도여서 ‘대형기업들의 잔치’였다면 이 제도는 운송서비스 품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규모가 작아도 경쟁력이 있을 뿐더러 오히려 집중적인 회사 구조로 인증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
하지만 종물업 인증제가 물류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 도입됐다가 당초 계획보다 후퇴한 지원으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가운데 또다른 형태의 인증제 도입에 대해 옥상옥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종물업 틀 안에 물류부문의 서비스 품질까지 아우르는 기준이 마련됐음에도 전체 물류부문 중 일부인 운송서비스로 범위를 좁혀 또다른 품질 인증을 만든다는 것은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입장을 반영하듯 육상운송업을 벌이고 있는 종물업체 32곳중 인증 신청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택배기업과 3자물류기업 등 총 4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제도는 또 아직까지 뚜렷하게 제시된 지원책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증차제한을 인증업체에 한해 완화해 준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증차 문제가 과거 화물연대 파업의 도화선이 됐었던 만큼 제도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물류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이 종합물류로 가고 있는 마당에 화물운수 부문에 대한 인증제를 만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측은 물류거점시설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화물운송 네트워크 산업을 육성하고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부진한 부문이 있을 때마다 인증제를 도입할 것이냐고 따져 묻는 업계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제도들 외에 물류표준설비 인증제도 도입돼 있는 실정이어서 유사 인증제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종물업 평가 정부-업계 ‘동상이몽’
한편 먼저 도입했던 종물업 인증제는 물류업계에서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국내 물류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물류기업들을 대형화, 국제화다는 원대한 취지로 시작된 이 제도가 도입목적 만큼 물류업계에서 기능하고 있을 지 자못 궁금한 시점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6년 첫 시행된 이후 그간 3차례 인증을 통해 28개 제휴군, 60개 기업을 인증기업으로 발굴했다. 정부는 물류업계의 인증기업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물류전문기업 활용도 실태조사 결과에서 약 40%의 응답업체가 향후 3자물류기업 선정시 종물업 인증기업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이같은 긍정론과 달리 실제로 인증업체들이 체감하는 종물업 제도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원책으로 논의됐던 인증기업에 물량을 맡기는 하주에 법인세 3%를 감면해 준다는 이른바 ‘하주세제지원’이 3자물류 활성화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제지원의 방향전환이 전체 3자물류 시장의 파이를 키울 있다는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물류업체들의 국제화, 대형화란 종물업 제도 도입 취지가 크게 약화됐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인증기업에 물류거점 시설 우선입주와 유통물류합리화 자금지원, 통관취급법인 진출 등의 유인책을 제시했으나 이들 정책은 대부분 대형기업들엔 큰 실익을 주지 못한다고 인증업체들은 말하고 있다.
또 제휴업체들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인증기업들의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28개 그룹(60개기업) 중 8개 기업만이 단독 인증이고 나머지는 모두 제휴에 의한 인증이다. 문제는 제휴기업들이 인증을 따낸 후 제휴그룹의 브랜드를 제대로 이용치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곧 수송, 시설, 비자산 등 제휴기업들간의 유기적인 물류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종합물류를 지향하도록 한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
한 인증기업 관계자는 “종물업 제도는 명함에 인증기업 마크를 넣는 것 외엔 별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피부로 와닿는 실익은 없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기료 감면 중소종물업체에 ‘효과’
다만 물류업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물류시설에 대한 전기료 감면이 올해부터 종물업체들을 대상으로 시작돼 어느 정도 금전적인 혜택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는 지난 1월부터 종물업 인증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시설에 대한 전기요금을 13.8% 인하했다. 적용되고 있는 요금은 kWh당 75~81원. 일반용 수준으로 적용되던 물류시설 전기요금이 산업용 수준으로 인하된 것으로 업계는 하주세제지원을 대신해 종물업체들을 달래려는 ‘당근’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는 총 18개 종물업체의 203개 시설이 총 40억여원의 전기료 절감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종물업 인증기업에 합류한 중견 창고보관 전문기업인 덕평물류의 경우 연간 2억원 가량의 전기료 감면혜택을 보는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기료 감면이 물류시설에만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제물류주선업 등의 비자산형 기업들은 정부지원에서 여전히 소외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사그라지고 있는 종물업 제도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물류업계의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들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업계는 종물업 제도의 인증기준 강화를 들고 있다. 현재와 같이 실질적인 이용혜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증기업에 대한 차별화마저 없다면 이 제도는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인증 항목중 3자물류 및 인력확보, 글로벌 네트워크 등의 평가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의 경우 물류산업 글로벌화란 제도 도입 취지와 가장 밀접한 만큼 기준 강화가 절실한 대목이다.
이밖에 제휴그룹 및 2자물류기업들의 철저한 사후검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후 검사를 통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과감히 정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조달청이나 담배인삼공사등 관수물자에 대한 물류아웃소싱을 인증기업들이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인증평가에 ‘최소점수제’를 적용키로 해 주목된다. 그간 인증평가에선 100점 만점 중 70점을 넘으면 무조건 합격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를 개선해 각 평가항목마다 마지노선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소 점수는 각 항목 만점의 20%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해외투자규모(5점) ▲해외매출실적(5점) 등 총 10점이 배점돼 있는 ‘국제화’ 부문의 경우 2점 이상을 맞지 못하면 총점이 합격선을 넘어섰다 하더라도 인증자체가 불허되는 식이다.
◆평가항목 ‘최소점수제’ 도입
정부는 이같은 새로운 기준안을 올해부터 새롭게 인증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기존 인증기업들의 경우 2009년께 받게 될 정기검사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종물업 제도의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한편에선 긍정의 시선도 눈에 띈다. 국내에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물류인력 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고, 3자물류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첫 징표다. 또 자사 물류현황을 파악하는데 힘쓰는 한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개척에도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점도 국내 물류업계로선 반가운 일이다.
인증기업들은 최근 들어 국내 물류시장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내부적인 진단에 따라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택배는 현재 중국물류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현지법인인 현대아륜이 상하이 본사를 비롯, 베이징, 선전 등 15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중국내 10여개 지사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럽법인을 출범시킨 것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물류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11억 인구의 인도물류시장에도 진출해 콜카타, 뭄바이, 첸나이, 뉴델리등 주요 거점을 확보했다.
지난 2002년 중국 칭다오사무소를 개설하며 중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한진은 2005년 칭다오 사무소를 업그레이드한 합자 법인 칭다오한진육해국제물류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또 미국 달라스 공항내 터미널 운영사업을 시작으로 국제택배·창고운영·트럭킹 등 미주지역 3자물류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뉴욕, LA 등에 전문창고를 갖춘 물류터미널을 확충하고 국제특송사업 등의 물류서비스도 하고 있다.
케이씨티시는 인도법인과 베트남 지사 설립으로 탄력받은 해외 물류사업을 올해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06년 6월 인도 뉴델리에 물류법인(KGL)을 설립했으며 지난해엔 베트남에 지사망을 구축했다. 또 중국 롄윈강 북항부두 및 배후물류단지 개발도 추진중이다.
◆대한통운 M&A후 수익률 7% 목표
한편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가 매듭지어지면서 이에 따른 시너지도 관심사다. 금호아시아나와 대한통운은 지난 3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사실상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양측은 이번 M&A로 모두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으로 편입되면서 막대한 그룹 물량을 확보하게 됐고 금호아시아나는 항공, 물류, 건설을 연계한 높은 실적상승이 기대된다. 특히 금호아시아나는 라이벌인 한진그룹과 경쟁할 수 있는 종합물류체제를 갖췄을 뿐 아니라 해상운송업 진출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에 그룹사 물량을 전담케 해 5년내 매출 3조원을 성장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호타이어·금호석유화학의 국내 및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인소싱 물량과 아시아나항공 및 한국복합물류(KIFT) 기반을 이용한 육해공 종합물류서비스 등이 대한통운이 그룹 편입으로 얻게될 실익들이다. 대한통운은 M&A 후 영업이익률 목표를 2%포인트 상승한 7%로 정했다. 국내물류업계 수익성이 바닥인 상황에서 이같은 수익률 설정은 M&A이후의 실익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그룹내 물류기업인 KIFT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주목된다. 현재 그룹측은 대한통운과 KIFT를 놓고 합병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업·조직·재무적인 측면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종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 다만 대한통운과 KIFT간의 물류사업 영역이 크게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두 기업의 현 체제 존속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룹내 일각에선 물류의 전체적인 흐름이 ‘종합물류’로 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통운의 종합물류서비스와 KIFT의 장치물류가 서로 통합하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