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사태 여파’ 항만생산성 악화…국내항만은 순위 상승
전 세계 항만이 홍해 사태의 여파로 물류 적체와 생산성 악화 등을 겪은 가운데 우리나라 항만은 이전과 비슷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024년 세계 컨테이너 항만서비스 지표’에서 국내 선석 생산성이 전년 대비 0.6% 감소했으나 순위는 1계단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KMI는 국내 컨테이너항만의 경쟁력을 점검하고자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분기별·연도별로 전 세계 컨테이너항 서비스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접안시간당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내리는 횟수를 나타내는 선석 생산성이 대표적인 서비스 지표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항만 터미널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3년은 전 세계 선석 생산성이 2022년 대비 반등하면서 팬데믹의 종식을 알렸다. 모든 선박을 기준으로 2%, 대형 선박(8000TEU급 이상)을 기준으로 5%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비롯한 홍해 리스크로 전반적인 선석 생산성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체 선박을 대상으로 집계한 선석 생산성은 62.7회를 기록, 1년 전 64.2회에서 2.4% 감소했다. 다만 대형 선박에서는 89회에서 89.4회로 소폭(0.4%) 증가했다. 지난해 선석 생산성을 지역별로 보면, 전체 선박을 대상으로 중동·아프리카(53.6회) 남미(46.5회) 북유럽(51.3회) 동남아시아(65.5회) 북미동안·걸프연안(56.7회) 지역에서 각각 전년 대비 9.2% 8.6% 5.2% 3.7% 0.9% 생산성이 감소했다. 특히 중동·아프리카(78.9회, -9.3%) 남미(56.1회, -6.7%) 북유럽(76.1회, -3%) 동남아(106.5회, -2.2%) 등 4개 지역에서는 대형 선박을 기준으로도 마이너스 성장했다. 8000TEU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한 선석 생산성 지표에서 북아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두 지역의 순위가 뒤바뀐 이후 6년 만에 변동됐다. 북아시아 지역은 105.7회에서 108.4회로 생산성이 2.5% 더 늘어난 반면 동남아는 108.9회에서 106.5회로 2.2% 감소했다. 아울러 전체 선박 기준으로 상위 20개국 가운데 9개 국가는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11개 국가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국내 항만의 선석 생산성은 1년 전 73.4회에 견줘 0.6% 감소한 73회로 집계됐지만 순위는 세계 11위로 1계단 올랐다. 2023년 7위였던 스리랑카가 지난해 16% 감소한 생산성으로 7계단 하락한 게 원인이다. 2023년 20위권 밖이던 바레인은 16.9% 개선된 생산성으로 순위를 12위로 끌어올리며 우리나라를 바짝 좇았다. 우리나라는 대형 선박을 기준으로 한 항만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 두드러졌다. 1년 전과 동일한 86.8회를 기록, 순위 또한 15위에 머물렀다. 1위로 올라선 모로코(130.5회)는 전년 대비 5.2% 증가했고, 3위 중국(120.4회)은 2.6% 성장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 밖에 이집트와 슬로베니아는 각각 13.6% 23.5% 선석 생산성이 늘면서 8계단, 12계단 상승한 11위, 20위를 기록했다. 항만별로도 국내 주요 항만은 선석 생산성이 전년 대비 약보합세였다. 모든 선박 기준으로 부산항은 74.9회, 여수·광양항은 68.6회, 인천항은 56회를 기록했다. 각각 1년 전에 견줘 0.1% 0.7% 5.5% 줄었다. 다만 전 세계 순위에서 부산항은 4계단 오른 28위, 여수·광양항은 3계단 오른 41위를 기록했다. 인천항은 3계단 내려온 72위였다. (해사물류통계 ‘항만별 선석 생산성 톱100’ 참조) 부산항은 8000TEU 이상 선박을 기준으로 한 생산성 집계에선 1년 전보다 0.8% 늘어난 88.6회를 내 1계단 하락한 33위에 올랐다. 여수·광양항의 대형선 생산성은 2.9% 감소한 74.5회로, 순위도 3계단 떨어진 47위에 머물렀다. 中 항만 생산성·대기시간 개선 반면 지난해 중국의 주요 컨테이너항만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한 선석 생산성 지표에서 톈진(164.3회, 2.5%↑) 칭다오(145.3회, 2.9%↑) 상하이(134.8회, 1.5%↑) 닝보(111.6회, 5.1%↑) 옌톈(107.2회, 3.8%↑) 샤먼(103.3회, 2.5%↑) 광저우(102.6회, 2.4%↑) 등 7개 항만은 모두 전년보다 성장했다. 이 항만들은 8000TEU 이상 선박 기준 항만별 선석 생산성 순위에서 각각 2위 3위 5위 12위 14위 15위 16위를 차지했다. 중국 항만은 1년 전보다 평균 대기시간이 크게 개선됐다. 전체 선형을 대상으로, 칭다오항은 18.1시간에서 6.8시간으로 대폭(62.5%) 줄었고 톈진항은 12.5시간에서 5.5시간으로 56.2% 단축됐다. 이 밖에 상하이(-33.5%) 닝보(-39.2%) 옌톈(-13%) 광저우(-38.1%) 샤먼(-17.5%) 모두 감소세를 보이면서 평균 대기시간이 한 자릿수대로 줄었다. 대형 선박의 대기시간도 칭다오(20.1시간, -77.6%) 닝보(8.8시간, -50.5%) 톈진(8.1시간, -73.2%) 등 3개 항만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나머지 4개 항만도 모두 평균 대기시간이 줄었다. 이와 반대로 홍해 사태를 맞은 중동 지역 항만은 적체 현상이 심화됐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제벨알리항은 입항한 전체 선박들이 평균 26.6시간 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견줘 8.9시간(50.1%) 늘어났다. 대형 선박을 기준으로 보면 10시간(97.3%) 증가한 20.3시간으로, 대기시간이 대폭 악화됐다. 한편 국내 항만은 모든 선박을 기준으로 부산항이 전년 대비 1.8% 감소한 2.8시간, 인천항이 전년과 비슷한 2.6시간을 기록한 반면, 광양항은 1.4시간에서 1.6시간으로 13.9% 증가했다. 부산항은 8000TEU급 이상 선박의 대기시간을 기존 1.5시간에서 0.8시간으로 48% 줄이며 1시간대 이내에 진입했다. 반대로 광양항은 0.6시간에서 0.8시간으로, 인천항은 0.4시간에서 0.7시간으로 대형선 서비스가 소폭 악화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