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2 13:30
(부산=연합뉴스) 화물연대 부산지부 파업이 나흘째를 맞은 11일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에서는 수출화물 반입과 환적화물 이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부두기능이 마비직전에 놓여 부두 운영사와 선사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오후 부산항 감만터미널 한진부두에는 12일 오전 8시 유럽으로 출항예정인 한진헬싱키호(5천TEU급)가 출항을 앞두고 수출.입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한진헬싱키호는 당초 컨테이너 400개를 내린 뒤 수출 컨테이너 600개를 싣고 12일 출항할 예정이지만 배에 싣는 수출 컨테이너는 이미 터미널 야적장에 보관중인 520개에 그칠 전망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이날중에 들어오기로 했던 수출 컨테이너 80개가 끝내 부두로 들어오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선대터미널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주말까지는 예정된 배가 없어 작업차질은 크게 없었지만 11일부터 씨랜드 이노베이트호(3천200TEU급) 등 2척이 작업을 하고 있고 12일에는 전체 4개 선석 모두에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 평균 7천여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출 컨테이너가 부두로 반입되지 못해 미리 부두에 들어와 보관 중인 화물만 실어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한 부두에서 내린 화물을 다른 부두로 옮겨 실어야 하는 환적화물의 경우 이번 사태로 부두간 이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실상 물류흐름이 완전 끊긴 상태.
이에 따라 제때 화물을 선적하지 못해 운송기일을 어기게 되고 그에 따른 클레임이 발생하는 등 화물 수송에 차질을 빚을 경우 화주들은 환적항으로서 더 이상 부산항을 찾지 않는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전체 화물 가운데 환적화물 비중이 40%를 웃돌면서 인근 경쟁항만들을 일찌감치 따돌리고 동북아 중심항만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한 환적 기능 위축은 부산항 전체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노조 파업이나 태업에 따른 수송 차질은 선사나 운송회사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사항으로 결국 환적화물 수송 차질에 따른 피해는 화주가 고스란히 안게 돼 일본의 고베항이나 중국의 상하이항으로 화물을 옮기는 사례까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선대터미널 이정수 운영본부장은 "세계 항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물류흐름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항만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특히 환적화물의 경우 한번 환적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회복하는데는 수년이 걸려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산항 각 터미널의 야적장도 화물연대 파업 나흘째 맞으면서 화물반출을 하지 못해 야적장 장치율이 80%를 웃돌고 심한 곳은 100%를 넘어서 더 이상 화물을 내리지도 못할 지경에 놓이고 있다.
야적장 장치율이 90%를 웃돌게 되면 크레인 작업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부두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빚는다.
자체 야적장 규모가 큰 신선대터미널과 자성대터미널도 이같은 상황이 사흘이상 계속될 경우 부두 기능이 마비될 수 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장치능력 3만2천개의 신선대부두의 경우 이날 오전까지 2만4천여개가 자체 야적장에 쌓여있으나 부두 반.출입이 계속 봉쇄될 경우 12일부터는 하루 1천여개씩 컨테이너가 늘어나 오는 14일께면 부두 기능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자성대부두 임형구 운영기획팀장은 "대기업 등 대형화주들은 수출선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이같은 운송차질에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 등 소형화주들은 어렵게 뚫은 수출선이 운송차질로 끊길 경우 도산도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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