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철회 보도 이후에도 선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황은 여전히 추운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기상 악화에 따른 중국 주요항의 심한 적체가 운임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분기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66만6906TEU를 기록했다. 1년 전의 70만2222TEU에 견줘 5% 감소했다. 수출은 8% 감소한 26만2033TEU, 수입은 3% 감소한 40만4873TEU였다.
3월 한중항로 물동량은 8.6% 감소한 24만166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3.2% 감소한 9만7966TEU, 수입화물은 12% 감소한 14만2200TEU였다. 2월에 비해 수출화물은 감소세가 잦아든 반면 수입화물은 플러스성장에서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성장으로 전환했다.
5월 들어서도 한중항로의 부진은 여전하다. 선사 측은 3대 아이템 중 폐품류가 실종되다시피 했고 자동차제품도 예년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지난해 환경 규제를 이유로 폐지와 폐플라스틱 고철(스크랩) 등 24종의 고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이후 한중항로에서 폐품화물은 곤두박질 친 상태다. 폐품은 한중 수출항로에서 두 자릿수의 물동량을 차지하는 주력 화물이었다. 다만 플라스틱의 경우 잘게 부수는 방법으로 일부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 관계자는 “플라스틱을 부술 경우 HS코드(국제상품분류코드)가 변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편법으로 폐품 수출이 재개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동차화물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중국 현지 판매가 늘어나는 데 비례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4월 현대기아차이 중국 판매량은 10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달의 5만1000대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문을 연 현대차 충칭공장의 가동률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협력사들의 자동체부품 수출도 한계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수출은 10~20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수입은 200달러대까지 치솟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5월11일자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은 205달러다. 지난달 140달러대에서 60달러가량 치솟았다. 한중 수입항로 운임이 200달러를 넘어선 건 2015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선사들이 운임회복을 위해 도입한 긴급부대비(ECRS) 등이 모두 적용됐다.
선사들은 수입 운임 상승 원인으로 중국 항만의 체선을 들고 있다. 상하이항과 닝보항의 심한 안개로 선사들의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선복 감소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항만의 농무(濃霧) 현상으로 스위스 MSC는 다음달부터 동북아 환적 거점을 닝보항에서 부산항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선사 관계자는 “주간 4항차 서비스가 2~3항차 정도밖에 운항하지 못하고 하역도 늦어지면서 운임이 상승세를 띠고 있다”며 “운임은 오르고 있지만 화물을 제때 실어 나르지 못해 선사들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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