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3 16:02

더 세월(20)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18. 양심이 뭔데

단원고 교감의 죽음을 두고 소설을 쓰려던 유명 작가가 결국 소설 쓰기를 포기했다.

죽음은 간단하나 둘러싸고 있는 사회 정황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아무리 소설이라 하더라도 남의 죽음에 대해 자의적으로 말하는 것은 유족과 사회에 실례가 되기 때문이란다.
 
강민규 53세. 국가의 경제와 정치와 교육을 선도할 나이가 아닌가. 기둥 같은 나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저혈당으로 쓰러져 구조되지 않았다면 그는 배에 남았을 거요.”

한 동료 교사는 옆에 서 있는 서정민에게 교감이 자기 발로는 결코 살아나올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ROTC 출신으로 윤리를 가르쳤던 그는 과묵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했다. 2년 전 교감으로 승진했고, 단원고에는 한 달 반 전에 부임했다.

4월 18일 오후 4시경 진도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강 교감이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인 경찰이 발견했다. 16일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후 웃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면서 네티즌과 학부모들로부터 강하게 비난을 받자 충격을 받았다.

학생 325명과 교사 13명의 인솔 책임자였던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혼자만 살아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며 죄책감에 젖곤 했었다. 편지지에 육필로 쓴 유서를 지갑 속에 남겼다.

부모님, 학교, 학생, 교육청, 학부모 모두 미안하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책임감은 생명과도 바꾼다. 지병인 당뇨로 저혈당 쇼크가 오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집에 가지 않고 체육관에 남아 구조상황을 지켜보며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의 생환을 기다려 왔던 그였다.

강 교감은 침몰사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위해 옷가지를 챙겨 진도로 내려온 부인과 딸에게 “왜 내려 왔냐”며 화를 내고는 돌려보내기도 했었다.

17일 오후 10시 무렵. 체육관을 지키고 있을 때 한 학부모에게서 “뭐 하러 여기 있느냐”며 항의를 받고는 “면목이 없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자정 무렵 경기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행방을 의심해 경찰에 구조신고를 했다. 하루 만에 그는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온몸으로 저항하다 뒤로 누워 버린 소나무를 툭툭 발로 차듯 바람이 제법 일렁이던 그날 밤 그는 발걸음 수를 세다시피 천천히 체육관 뒤 야산으로 올랐다.

“어두워서 좋군. 빛보다 어둠이 좋다는 걸 여태껏 왜 몰랐지?”

뒤로 돌아다보았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보름을 지난 사흘째 밤의 달은 약간 이지러진 모양으로 동녘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야산의 숲 때문에 주위는 어둠이 점령하고 있었다. 손에 든 로프가 스며드는 달빛에 희미하게 보였다. 줄의 매듭을 맬 정도의 빛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마지막으로 다가올 때 생각이 대체로 정리된다.

“부인 그동안 수고 많았소. 아들딸아 아빠를 원망하지 마라.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겠다. 학생들아 천국 교실에서 만나자.”

앞에 선 소나무가 듬직하고 친구같이 보였다.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는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소나무야 고맙다. 너만 믿는다. 도와주렴.”

준비가 끝나자 몸을 붙이고 있던 소나무 등걸을 차버렸다. 육체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어깨에 걸려 있던 모든 짐도 함께 내려놓았다.

사람은 비겁하면서도 정직한 존재다. 살아남은 교감과 선장, 둘은 무엇이 다를까.

단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알고자 하는 자와 무시하려는 자의 차이다. 우리는 사실 비겁하게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일 수도 있고 수학여행의 인솔자로서 죄책감을 못 이겨 자살한 교감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속의 선장을 버리고 교감을 살릴 수 있을까.

교감 선생의 사고를 접한 서정민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서정민은 그와 가까이 지내며 서로 위로를 받았고, 두 사람은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 죄의식을 느끼는 데 마음이 통했다. 서정민은 교감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걸 느꼈었다.

“몸도 안 좋으신데 댁에 가셔서 좀 쉬십시오.”

“서 사장님이야말로 입원해서 치료받으셔야 하는데… 다친 허리는 어떠세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전 아직 젊으니 시일이 지나면 낫겠지요.”

“같이 계시던 아주머니를 잃으셨다고요? 그럴 수가, 내 원!”

“아닙니다. 사업 동료였습니다. 그때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네요.”

서정민은 사고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소화호스를 끌어올리다가 허리를 삐끗 했었다. 여자만 남기고 혼자 살아 나왔다고 세상 사람이 서정민을 욕해도 강 교감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해했었다. 그런 분이 이틀을 못 참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 내 차례인가?’

서정민은 뭔가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 그러나 “아니다. 살아서 이순애의 가족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진심을 보여야 한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한 사람의 귀한 친구를 잃은 것이다. 침몰 닷새째인 20일 단원고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안산지역 장례식장에는 슬픔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교감 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제일장례식장에는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동료들과 제자들은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교감 선생님을 뵈러 왔는데….”

한 3학년 학생은 믿을 수가 없다면서 계단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 장교들은 군복을 차려 입은 채 빈소를 찾기도 했다. 대학생이 돼 옛 스승의 빈소에 찾아온 여제자들은 조문을 마치고 나와서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 끌어안았다.

운구차는 그의 마지막 부임지가 된 단원고 운동장과 자택을 한 바퀴 돈 뒤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유해를 둘로 나눠 하나는 보령 선산의 가족납골묘 선친 옆에 안장하고, 나머지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진도 사고해역에 뿌렸다.

장례식이 끝난 24일에 3남매는 국민들에게 편지를 썼다. 맏딸과 둘째딸, 막내아들은 아버지가 강직하고 정의로우며, 책임감이 강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머리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선택을 국민들은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삼남매는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4월 21일 오전 내내 제일장례식장과 한사랑병원, 사랑의병원, 안산산재병원 등에서 희생당한 2학년 학생들의 장례식이 유족들의 오열 속에 차례로 진행됐다. 안산은 한참 더 울고 난 다음 도시가 살아날 것 같았다.

이제 도시는 엔진이 돌아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린 모습이다. 도로는 이방인들만 걸어 다니는 것 같이 너무 어색하다. 텅 빈 교실의 책상은 주인을 잃어버린 것을 모른 채 네 다리로 버티고 서 있다. 동네는 한 집 걸러 적막의 커튼이 내려져 있다. 문방구에는 눈에 익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 불안감마저 준다.

어떤 여고 1학년은 자기 방 책상에 엎드려 뺨이 부르트도록 울었다. 쪽지 연서를 주고받던 단원고 2학년 남학생의 비보를 듣고 얼마나 많은 휴지를 버렸는지 모른다. 지나가는 사람끼리 인사하기가 무서워진다. 언어는 애초부터 남의 아픔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죽더니 언어마저 죽었구나.”

서정민은 교감의 장례를 마치고 혼자서 일부러 거리를 걸어봤다. 선장과 승무원을 빼고는 어떤 사람도 살아 돌아왔다고 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학부모들이 교감을 비난하면서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사람을 두 번 죽인 것이다.

동학혁명의 갑오년으로부터 120년이 지난 올해는 세월호의 갑오년이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4월 16일 이후 달라진 것이 있을까. 갈등과 정쟁의 골은 더욱 깊어갈 뿐.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유로 순직청구가 기각됐다. 고인의 희생을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받는 것은 무리라는 것.

“그럼 숨진 다른 교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들은 순직유족급여가 인정됩니다.”

질문하는 서정민에게 안행부 직원은 말했다. 순직보상심사위에서 그렇게 결정됐다는 것이다. 순직보다 더 어려운 죽음인데도 영광스러운 죽음은 되지 못했다. 금감원의 합의권고안에 따라 손해보험회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돈보다 더 중한 게 명예인데.

서정민은 생각한 바가 있어 미술대생 알바의 화장터에 다녀왔다.

- 너무나 쓸쓸한 죽음 -

승객보험에 들어있지 않아 인천시에서 지급보증을 하고 장례를 마쳤다. 한 시, 한 장소에서 죽어도 죽음의 가치는 이렇게 달라지는 것일까. 죽음의 가치를 달아보는 저울을 만드는 것이 허황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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