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8 16:00

더 세월(9)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7. 약속의 끈


사고 당일 학생들은 아침식사를 하고 객실로 돌아와 잠을 자거나 쉬고 있었다. 갑자기 배가 기울어 캐비닛에 넣어 둔 짐가방이 몽땅 쏟아졌다. 너무 기울어 침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

선실에 물이 차오르자 겁이 난 학생들은 캐비닛 아래 침구류를 놓는 공간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물이 더 차오르면서 캐비닛은 뒤집혔고 학생들은 그 안에 갇혔다. 뒤집힌 캐비닛 안 공간에 남은 공기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캐비닛이 에어포켓(air pocket) 역할을 한 것이다. 몇몇은 탈출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천세준과 지월희 학생은 캐비닛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같은 연극반 학생인 둘은 5월에 있을 연극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다 한 캐비닛에 갇히고 말았다. 특별히 서로를 이성으로 느껴본 적이 없는 사이로, 연극에서 주어지는 역할이라면 남녀 구분 없이 열심히 해내곤 했다.

“우리 이렇게 있어도 돼?” 

천세준이 물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했잖아. 누군가 구조하러 올 거야.” 

지월희가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우린 구명조끼 입었잖아.”

“내 건 지영이 언니가 준 거야.”

“그 누나 정말 착하지? 자기 구명조끼까지 벗어 주고.”

침묵이 흘렀다. 넘어져 바닥에 누워있던 캐비닛이 배가 기울면서 반쯤 서 있는 상태가 됐다. 선실에 물이 차올라 캐비닛 주위가 철벅거렸다.

“세준아, 무섭지 않아? 너무 어두워.”

“가까이 와. 캐비닛 안에 공기가 있어 다행이야.”

“물 출렁거리는 소리 들리지? 난 무서워!”

“용기를 내! 월희야. 너 연극에서 도깨비 쫓는 역할도 했잖아.”

“그건 연극이었잖아. 엉뚱하긴.”

“연극하듯 살아서 나가자. 연극에선 주인공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잖아.”

천세준은 지월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공포에 휩싸여 눈을 감은 듯했다. 

지월희는 다른 아이들이 궁금했다.

“걔들, 탈출했을까? 물이 이렇게 많이 찼는데….” 

“잘 나갔을 거야. 우리도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해.”

“살아도 같이 사는 거야. 세준아?”

그러면서 지월희는 자기 구명조끼의 끈을 천세준의 손에 쥐어주었다.

“네 구명조끼의 끈에 묶어. 우린 같이 가야 해. 같은 운명.”

천세준은 구명조끼의 끈을 묶었다. 둘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월희야. ‘운명’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데 우린 꼭 살아남을 거란 생각이 들어.”

“난 맘이 자꾸 약해져.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동생 생각도 나구….”

“월희야, 너 울고 있는 거 아냐? 울지마! 잘 될 거야.”

“아냐. 세준아 힘내자. 사랑해.”

“사랑해. 월희야.”

이때 캐비닛이 옆으로 굴렀다. 공기주머니는 물로 채워졌다. 둘은 운명 속으로 함께 헤엄쳐 들어갔다.

또 한 쌍의 젊은이가 운명 속으로 함께 들어갔다. 세월호에서 일하면서 사랑을 키워오다 가을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스물여덟 동갑내기 김기웅과 정현선이다.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탈출하지 않고 승객 구조를 위해 배 안으로 들어간 살신성인의 커플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 여학생들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남학생들의 날렵한 몸짓, 그리고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 귀여운 얼굴, 건강한 미소… 이런 것들이 차갑고 어두운 물속으로 사라지는 환영들을 어떻게 떨쳐버릴 수 있나. 승무원이 나서서 ‘탈출’이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비극은 없었을 거란 안타까움도 엄습한다. 모두 부질없는 생각일까. 

이런 와중에 참으로 태연하고 순진한 학생이 있다. 9시 40분 무렵 연극부 부장 김시연 학생은 세월호가 전복해 침몰하는데도 위급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배가 기울고 있어.”

“걱정 말고 가만히 있어. 엄마가 가서 구해줄게.’

“엄마,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

그러곤 통화가 끊겼다. 다시 통화가 연결됐을 때는 10시경이었다. 딸은 배가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혼란 중에 발에 화상을 입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구명조끼 입고 구명보트 기다리고 있어. 나가면 전화할게.”

엄마는 한참을 기다렸으나 전화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10시 7분경.

“지금 방 안에 살아 있어요. 우리 학교 학생 말고 다른 승객들이 구조 중인가 봐요. 90도 이상 기울었는데.”

이어 그녀는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보트에 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면 다시 전화할게.” 

그게 마지막 통화였고 구명보트도 타지 않았다.

전날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딸이 좋아하는 고깃집에서 식사까지 했었다. 

“이번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댄스 공연까지 준비했었는데….”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

시연은 학교에서 튀는 학생이었다. 렌즈가 두꺼운 큰 안경을 썼고, 빨간색 스쿠터를 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와 기타연주를 시작했고 이후 음악 작곡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얼마 전에는 연극 감독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시연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머리를 기르고 예전보다 치마도 자주 입었다. 첫사랑을 만난 것이다.

수학여행을 가던 날 엄마는 평소처럼 차로 시연을 바래다줬다. 하지만 뒤에 다른 차가 기다리고 있어 매일 아침마다 해주던 포옹을 해주지 못했다.

엄마는 “오늘은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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