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4 09:00

논단/ 해상보험에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와 선하증권상의 부지약관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4217 판결에 대한 평석을 중심으로
Ⅰ. 해상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

1. 보험자의 면책사유

해상보험도 일반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자는 그 손해가 보험계약에서 보상하기로 약정한 담보위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우리 나라 상법과 영국해상보험법은 보험사고의 유형이나 그 책임범위가 넓은 해상보험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상보험자의 법정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해상보험에 통용되는 해상보험약관도 면책사항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일정한 사유에 대해는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약정면책사유, 즉 면책약관(exclusion clauses)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2. 법정면책사유

우리 상법은 ①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보험사고, ②전쟁 기타의 변란 등으로 인한 사고, ③보험의 목적의 성질, 하자 또는 자연소모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의 일반적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한편(상법 제659조, 660조, 678조 참조), 해상보험자의 면책사유로서 ①선박의 감항능력의 결핍으로 생긴 손해(선박보험과 운임보험의 경우), ②용선자·송하인·수하인의 고의·중과실로 생긴 손해(적하보험과 희망이익보험의 경우), ③도선료·입항료·등대료·검역료·기타 선박 또는 적하에 관한 항해 중의 통상비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06조).

영국해상보험법 제55조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서 ①보험사고를 근인으로 하지 아니한 손해(loss which is not proximately caused by a peril insured agianst), ②피보험자의 고의적인 불법행위(wilful misconduct), ③지연(delay), ④통상적인 자연소모(ordinary wear and tear), ⑤통상의 누손과 파손(ordinary leakage and breakage), ⑥고유의 하자(inherent vice), ⑦쥐 또는 해충(rats or vermin, ⑧해상위험에 근인해 발생하지 아니한 기관의 고장(any injury to machinery not proximately caused by maritime perils)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해상보험의 실무상으로는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행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영국의 관련판례와 해상보험법의 검토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3. 약정면책사유(약관상의 면책사유)

해상보험자는 보험약관에 별도로 면책사유를 규정하게 되며, 이러한 약정면책사유(약관상의 면책사유)는 법정면책사유 이외에도 해상보험거래에서 요구하는 각종 면책사유를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해상보험실무에서는 적하보험에는 영국의 협회적하보험약관(The Institute Cargo Clauses; ICC로 약칭되며 ICC(A), ICC(B), ICC(C)의 세가지 약관이 사용됨), 선박보험에는 협회기간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Time Clauses-Hulls; ITCH)과 협회항해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Voyage Clauses-Hulls; IVCH)이 주로 사용된다.

ICC(A), (B), (C)는 다 같이 제4조에서 일반면책조항(general exclusions)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55조의 법정면책사유와 그 밖에 필요한 약정면책사유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5조에 소위 감항능력부족/부적합면책조항(unseaworthiness and unfitness exclusion), 제6조와 7조에 각각 전쟁면책조항(war exclusion)과 동맹파업면책조항(strikes exclusion)을 규정하고 있다. 

4. 면책사유의 효력과 입증책임

위 면책사유들은 면책을 받고자 하는 보험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면책사유는 다시 보험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에 한해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소위 면책위험과 인과관계의 유무에 관계없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소위 비담보위험으로 나눌 수 있으므로 동 면책사유가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 중 어느것에 해당하는지 여하에 따라 보험자의 입증책임의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의 구별은 면책조항의 문언, 규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나 그 구별기준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우리 대법원 1995. 9. 29. 선고 93다53078판결은 어선보통공제약관상의 불감항면책을 인과관계유무에 관계없이 면책되는 비담보위험으로 해석한바 있다.

Ⅱ. 선하증권상의 부지약관

1. 부지약관(不知約款)의 의미

부지약관(Unknown Clause)이란 선하증권상에 운송물의 내용, 중량, 품질 등에 관해 운송인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를 기재한 약관을 통칭한다. 운송인으로서는 송하인이 컨테이너에 적입한 화물의 수량 및 상태 등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 그 수량 및 상태 등이 선하증권상의 기재와 차이가 있더라도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송하인이 신고한 명세임’(particulars declared by shipper), ‘송하인이 선적하고 계량함’(shipper’s load and count), ‘적하됐다고 함’(said to contain 또는 said to be) 등의 문언을 선하증권에 기재하게 되며, 이를 부지조항, 부지약관, 부지문언, 부지문구 등으로 칭한다. 

2. 부지약관의 효력

가. 부지약관의 효력과 입증책임

영국에서는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해 선하증권의 문언적 효력을 배제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하며, 우리 법상으로도 컨테이너 화물 등 운송인이 그 내용을 알기 어려운 화물의 경우에는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부지약관은 우리 상법(제853조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운송물의 중량, 용적, 개수 또는 기호가 운송인이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또는 이를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는 때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 학설 및 판례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한 사정없이 스스로 운송물을 수령해 운송한 운송인이 자신이 수령한 운송물에 대해 몰랐으니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초래함은 물론 운송인의 기본적 의무를 몰각한 주장으로서 선하증권의 문언적 효력 및 금반언의 원칙은 물론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금지하는 상법 제790조에도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지약관이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운송인이 운송물을 검사, 확인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운송인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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