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0 09:51

기고/ 선박우선특권과 준거법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변호사님, 채권자가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배가 잡혔는데 어떡하죠?”

‘선박우선특권(maritime lien)’이란 일정한 법정채권을 가지는 채권자가 선박과 그 속구와 부속물로부터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해상법상의 담보권을 말한다. 

법적인 용어들이 많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 쉽게 풀어쓰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변제를 하지 않는 경우 법률상 규정된 일정한 채권에 한하여 ‘채무자’를 상대로 하지 않고 ‘선박’을 상대로 하여 직접 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즉, 채권자는 계약상대방이나 실질 선주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피담보채권을 가진 자, 특히 재산이 없는 거래상대방을 둔 해사채권자는 해당 선박에 대해 바로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여타 담보물권보다 우선하여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사채권자에게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는 셈이다.

그런데 선박우선특권을 둘러싸고 국제적인 분쟁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본질적으로 선박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채권자에게 법적으로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선박우선특권을 포함한 선박담보권에 관한 각국의 법제는 그 내용이 나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행사할 시 상당한 불편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가끔씩 채권자가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외국 항에서 선박을 압류하거나 경매신청을 하였다면서 필자에게 질의가 오면, 필자도 각국의 선박담보권에 관한 법제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쉬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박의 억류(Ship Arrest)가 어느 나라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의뢰인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선사에서 이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께서는, 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집행에 착수하거나 사건처리를 시작할 경우 필연적인 선결문제로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절차진행에 대한 준거법이 어디인지 등을 먼저 결정하여야 하는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우선 선박우선특권과 관련하여 국제사법 제60조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이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선적국법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는 (피담보)채권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준거법으로 국내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상법 제777조에 따라 ① 채권자의 공동이익을 위한 소송비용, 항해에 관하여 선박에 과한 제세금, 도선료·예선료, 최후 입항 후의 선박과 그 속구의 보존비·검사비, ② 선원과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채권, ③ 해난구조로 인한 선박에 대한 구조료 채권과 공동해손의 분담에 대한 채권, ④ 선박의 충돌과 그 밖의 항해사고로 인한 손해, 항해시설·항만시설 및 항로에 대한 손해와 선원이나 여객의 생명·신체에 대한 손해의 배상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물론, 각국의 법제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는 (피담보)채권인지 여부가 달라지므로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각국의 법제를 별도로 살필 필요가 있다. 

또한, 절차진행에 대한 준거법이 어디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사법에 의하여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선적국법으로 지정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집행이 문제되는 경우에 그 절차(실행기간을 포함한 실행방법 등)는 법정지법인 우리나라 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96625 판결 참조). 

일례로, 선박우선특권의 제척기간 1년을 초과한 채권은 비록 선적지법에 제척기간이 달리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행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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